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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스페인 여행

아틀레틱 팬의 성지순례(1): 산 마메스 구장 투어

지난 여름, 무엇에 홀린지 모르겠지만 겨울에 스페인을 가야겠다 결심하고 항공권을 구매했습니다. 이왕 스페인에 가는 김에 인생최애구단인 아틀레틱 클럽의 경기와 선수들이랑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고 싶어 여행일정에 레자마 훈련장과 산 마메스 방문을 일정에 넣었습니다.

한국에서 스타디움 투어 일정을 알아보던 중 빌바오에 머무는 기간 동안에는 투어를 진행안한다고 나와 있어서 깊은 고민을 하다가 빌바오 근처 산세바스티안에 머무는 일정이 있어 산세바스티안에서 버스를 타고 산 마메스로 향했습니다.

산세바스티안에서 빌바오까지는 버스로 약 한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새로 버스터미널을 지었는지 건물 외부도 상당히 새것 같았고 터미널 내부도 깔끔하게 정비가 잘 된 모습이었습니다.

빌바오 버스터미널에서 산 마메스는 상당히 가까웠습니다. 걸어서 신호등 몇번 지나니 항상 TV속에서만 본 그 경기장의 모습이 눈앞에 딱 보이더라고요. 언젠가는 가봐야지 생각만하던 경기장이 눈앞에 있으니 정말 꿈만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산마메스 경기장 게이트를 쭉 돌아다니다보면 구단 박물관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화살표를 표시해놔서 박물관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19번 20번 게이트 사이에 입구가 있습니다.

구단 박물관에 들어가면 매표소에서 미리 예매해서 인쇄해둔 티켓을 보여주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직원분께서 안내를 해주십니다.

저는 가이드 투어를 신청한지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로 시작지점인 산 마메스 구장 그라운드로 향했습니다.

경기날이 아닐 때는 이렇게 잔디 관리를 해준다고 하네요

스타디움으로 들어가자마자, 일단 화면으로만 본 경기장 안을 직접 본다는 놀라움과 5만석이 넘는 거대함에 압도되어 경탄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괜히 이곳이 빌바오 사람들의 성당으로 불리는게 아니구나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이드 투어는 세 가지 언어로 진행됬습니다. 바스크어/스페인어/영어 순서로 진행이 됬는데 산마메스 투어를 신청한 관광객 분들은 꽤 많이 오셨는데 저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다 스페인이나 바스크 지역 분들이셔서 저만 혼자 영어 가이드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밌게도 이 날이 바스크더비 경기 당일이었는데, 소시에다드 유니폼을 입은 가족 분들이 산 마메스 구장 투어를 하고 계셨습니다. 소시에다드 팬 가족을 보면서 다시한번 두 구단의 선의의(?) 라이벌 관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네요.

스타디움에 대한 설명을 듣고 프레스룸으로 이동했습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프레스 룸에서는 경기전, 경기후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소입니다.

다른 구단들도 마찬가지지만 기자분들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와이파이는 당연히 설치되있었고 기자회견 내용을 들으면서 기사 작성이나 중계를 할 수 있도록 라디오 장비까지 갖춰져있어 컨퍼런스 때 주파수에 맞춰 기자회견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프레스 룸의 이름은 라디오 아나운서인 고(故) 호세 이라고리 씨의 이름을 따서 지었습니다.

호세 이라고리씨는 89/90 시즌부터 2014년 5월 작고할 때 까지 1000경기 넘게 아틀레틱 클럽 경기를 라디오로 중계한 아나운서 입니다.

아틀레틱 클럽이 골을 넣었을 때 "골~~~~" 대신 "Bacalao, Bacalao, Bacalao(대구, 대구, 대구)~~!!" 라고 중계해서 유명세를 탔고

'대구(생선)'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2014년 작고하신 후, 구단에서는 이라고리씨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프레스 룸의 이름에 호세 이라고리씨의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아래는 호세 이라고리씨의 생전에 하신 중계 영상입니다.

 

프레스룸을 빠져나가면 바로 선수들이 경기 후 인터뷰를 진행하는 믹스트 존이 나옵니다.

믹스트 존을 지나 선수들 라커룸으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는 발베르데 감독님 방과 발베르데 감독님의 생각노트(?)를 볼 수 있습니다.

라커룸으로 들어서면 이렇게 선수들 유니폼이 걸려있습니다! 사진의 중앙에서 오른쪽 부분 잘 보시면 어떤 사진 같은게 붙여져있는데

성모 마리아의 사진이 붙여져있습니다. 선수들이 경기전에 기도 드리기 위해 붙여놓은 것 같더라고요

라커룸을 지나면 이제 경기장의 핵심! 벤치로 향합니다.

가는길에 선수들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함인지 철창이 쳐져 있습니다. 경기전에 중계를 보면 항상 여기서 선수들끼리 대화하는 장면이 기억나더라고요

경기장으로 올라오게 되면 아틀레틱 클럽의 레전드, 라파엘 모레노 '피치치'의 흉상이 팬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피치치(Pitxitxi)는 바스크어로 작은 오리라는 뜻으로 그의 작은 체구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습니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1911년부터 21년 은퇴할때까지 아틀레틱 클럽에서 83경기 89골을 득점했으며, 국가대표로서 엔트워프 올림픽에서 스페인 대표팀이 은메달을 얻는데 공헌한 선수였습니다. 1922년 29살의 나이로 티푸스에 걸려 갑작스레 세상을 떴습니다.

라리가에서는 그의 활약을 기려 라리가 득점왕에게 피치치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클럽에서는 피치치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장에 흉상을 세워 그를 기억하고 있으며 산 마메스에 처음 방문하는 팀은 이 흉상에 헌화하는 의식을 치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 마메스의 주소는 라파엘 모레노 '피치치'가에 등록되어있습니다.

피치치 상을 보고 VIP석에 올라가서 경기장을 봤습니다. 클럽의 회장이나 귀빈들이 오면 여기서 본다고 하네요.

VIP석을 보면서 가이드 분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보통 원정팀은 오른쪽 밴치를 내어준다고 합니다. 오른쪽만 내주는 이유는 오른쪽이 불운의 상징이라 원정팀의 패배를 기원하며 내준다고 하는 약간 믿거나 말거나(?)한 썰이었습니다.

산 마메스의 모형

VIP 석에는 아틀레틱 클럽을 후원하는 스폰서들 이름이 적힌 부스가 있으며 스폰서에서 올 경우 여기서 경기 관람을 한다고 합니다.

스타디움 투어 끝자락에는 스페인 내전 당시 쿠데타군을 피해 영국으로 피난간 바스크 아이들에 대한 자그마한 전시부스가 있었습니다. 영국으로 피난간 아이들 중에는 축구를 하면서 축구선수가 된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 중에는

40~50년대 아틀레틱의 골문을 지킨 레전드 골키퍼 라이문도 레사마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스타디움 투어를 마무리하고 구단 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박물관 입구에는 이렇게 역사적인 순간들과 선수들을 그림으로 그려 벽에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19세기 말 빌바오 풍경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이렇게 10년씩 끊어서 팀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팀의 상징인 빨강-햐양색을 쓴 첫 유니폼

1929/30 시즌 라리가 우승 기념 공(?)

이렇게 구단의 역사 소개를 지나면 소시오분들의 유물이 나옵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소시오 카드

소시오에 대한 소개를 지나면 역대 뛰었던 선수들의 사진과 레전드 선수들의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창립 초기 선수들, 곳곳에 영국인 선수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스쿼드 사진 뒤로 보이는 레전드 선수들의 모습 좌측부터 벨라우스테, 피치치, 사라의 모습이 보인다

최다 득점자 텔모 사라

선수들의 사진을 뒤로하고 가다보면 아틀레틱 클럽의 트로피 진열장이 나옵니다.

리그 트로피

코파 델 레이 트로피

수페르코파 트로피

트로피 진열장 다음에는 아틀레틱 클럽의 역대 감독들의 책과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발베르데 & 비엘사의 복장

옛날에 쓰던 전술 칠판

전술노트

구단 초창기 팀을 성공으로 이끈 펜틀랜드 감독

그 다음으론 언론이나 중계에 대한 모습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잠깐 쉬어가는 공간으로 이렇게 이리바르 옹과 페널티 킥 대결을 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구석으로 안차면 바로 막으시는...

사진들에서 볼 수 있듯이 구장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1913년부터 쓰던 구장이라고 합니다. 2015년에 리모델링을 마치고 우리가 보는 새로운 구장으로 재건축 했다고 하네요

클럽의 역대 선수, 직원, 소시오 명단이 세겨진 벽을 뒤로한채 박물관 투어를 마쳤습니다.

다음에 레자마 훈련장, 직관후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