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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스페인 여행

아틀레틱 팬의 성지순례(3): 레사마 훈련장을 가다

산세바스티안을 떠나, 스페인, 포르투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1월 22일에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리그 경기 직관을 위해 그 전날인 21일에 빌바오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빌바오는 직관만 하려고 갈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선수들 사인을 받아봐야겠다라는 계획도 있었습니다. 마침 다행스럽게도 경기 전날 훈련일정이 오후에 잡혀서 여유롭게 아침 버스를 타고 빌바오에 도착했습니다.

오비에도라는 버스로 4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출발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훈련일정이 아침에 잡혔으면 새벽버스를 타고 터미널에서 노숙하고 훈련장에 갈 뻔 했습니다..

차창으로 바라본 안개낀 아스투리아스의 풍경

  다시 찾은 빌바오 터미널과 산 마메스

빌바오에 도착하니 2시쯤이었습니다. 훈련시작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남아 숙소에 캐리어를 놓고 배낭만 간단히 챙겨 빌바오 시내를 가볍게 둘러본뒤, 레자마 훈련장으로 향했습니다.

아틀레틱 클럽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풍경
 

빌바오 시내를 둘러보니 확실히 빌바오 사람들이 아틀레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길거리 곳곳에는 아틀레틱 클럽의 깃발이 매달려 있었고 식당이나 가게에는 아틀레틱의 머플러나 유니폼은 무조건 걸려있었습니다. 심지어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생수에도 아틀레틱 클럽 로고가 박혀있어 상당히 인상 깊었네요

구겐하임 미술관 근처의 가설치 전시대, 사진은 76/77 유로파 결승 진출 시즌 유니폼

 

마침 이 시기에 아틀레틱에서 역사에 중요한 시기의 유니폼(예컨데 12/13 유로파 결승, 83/84 리그 우승 등..)을 재출시한 기념으로 전시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빌바오의 관광명소 곳곳에 사진과 같이 작은 전시대에 유니폼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전시대 옆에는 구단 직원분들이 상주하며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구단 직원분이랑 역사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체추 로호(Txetxu Rojo), 70년대 유로파 결승을 언급하니 한국에서 팬을 하는 것도 신기한데 구단 역사까지 많이 안다고 직원분이 놀라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전철을 타고 빌바오 근교에 있는 레사마(Lezama)라는 동네로 향했습니다. 레사마 훈련장까지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빌바오 시내에서 약 4~50분 정도 걸립니다. 레사마까지 전철이 뚫려있는지라 접근성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레사마 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10분정도 가면 훈련장이 나옵니다. 가는 길 곳곳에 아틀레틱 클럽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구단 철학에 대한 설명이 담긴 안내판

사진처럼 아틀레틱 클럽의 이적 정책, 유소년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안내판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틀레틱 클럽의 상징, 레사마의 아치(좌) 레사마 훈련장임을 알리는 표지판(우)

그렇게 길을 걷다보면 점점 레사마의 상징인 아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현재 레사마에 위치한 아치는 옛날 산 마메스 구장에 달려있던 아치입니다. 2013년 산 마메스 재건축을 하면서 아치를 레사마 훈련장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옮겨진 아치는 이제 레사마 훈련장과 71년부터 시작한 레사마 유소년 시스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훈련장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훈련장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초록색 철제 담장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레사마 훈련장

레사마 훈련장의 입구

좀만 더 걸으니 훈련장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훈련시작 2시간 전 쯤에 도착하니 아무도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리잡고 잠깐 휴대폰하고 있다보니 3명의 아주머니 팬들이 기다림에 합류했습니다. 뭔가 모습을 보아하니 내공이 느껴지는 팬분들이셨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초등학생 쯤 되보이는 여자아이와 어머님도 사인을 받기 위해 오셔서 같이 기다렸습니다.

생각보다 사인 받으려는 인파가 적어서 여기서 기다리는게 맞는지 확신이 안들었습니다. 그래서 훈련장 입구의 경비원분께 여쭤보니 보통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오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하셔서 그렇게 계속 기다렸습니다

훈련시작 한 시간 전쯤 되니 멀리서 차가 한대 오고 있었고 기다리시는 분들도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기자회견을 위해 발베르데 감독님이 오셨습니다.

생각보다 일찍오셔서 싸인받을 유니폼을 준비를 못해 부랴부랴 머플러에다 싸인을 받았습니다. 유니폼에다 받지 못해 내심 후회되더라고요 ㅠㅠ

발베르데 감독님이 가신 후 뒤이어 선수들도 하나 둘 오기 시작했습니다.

제일 먼저 도착한 시몬

제일 먼저 시몬이 도착했습니다. 역시 아틀레틱의 수문장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니고 마르티네스(좌), 예라이(중간), 안데르 에레라(우
 

역시 프로선수 답게 모두들 사진과 싸인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해줬습니다. 팬들을 위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한 사람의 팬으로서 엄청 감동적이었습니다.

짧은 스페인어로 아틀레틱 클럽을 위해 한국에 찾아왔다하니 몇몇 선수들은 멀리서 왔네요라고 말하면서 되게 신기한 눈빛이었습니다 ㅎㅎ

에레라와는 영어로 짧게 대화했는데 먼 나라에서 아틀레틱을 위해 와줘서 고맙고 내일 경기 재밌게 즐기고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해줘서 진짜 감동이었습니다!!

최근 센세이셔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산세트

선수들을 기다리는 동안, 같이 기다리는 아이의 어머님이 사진 찍어주겠다고 하셔서 염치 불구하고 부탁드렸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싸인을 받는 사진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캡틴 무니아인(좌),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니코 윌리엄스(중간), 철강왕 이냐키(좌)
 
 
왼쪽부터 데마르코스, 라울 가르시아, 유리 베르치
 

진짜 감동이었던게 데마르코스 같은 경우는 아에 차에서 내려서 팬들이랑 일일히 사진찍고 싸인을 해줬습니다! 유리 같은 경우는 훈련장 바로 앞에있는 카페에서 커피한잔 하고 나오면서 팬들이랑 사진찍고 소통하더라고요

그렇게 선수들과 사진찍고 싸인받고 다시 전철역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사진찍어주신 어머님께서 자기 집이 빌바오에서 엄청 가까워서 지하철 타고 가면 금방이니 같이 차타고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진짜 사진찍어 주신것도 감사했는데 차 까지 태워주셔서 엄청 고마웠습니다 ㅠㅠ

그때도 무한의 감사인사 올렸지만,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빌바오 미술관 앞의 전시대, 11/12시즌 유로파 리그 결승 진출 시즌

훈련장 방문의 결실

숙소와서 다시 유니폼을 보니 세간에서 말하는 이렇게 '뽕'차는 순간이 따로 없었습니다 ㅠㅠㅠ

진짜 화면에서만 보던 사람들이랑 사진찍고 말도하니 그 때도 꿈만 같았고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습니다.

너무 자랑만 늘어놓는 것 같아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산 마메스 직관 후기로 돌아오겠습니다!